▲ 손은영_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뉴스브라이트=이명수]손은영 사진작가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사진전<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을 지난 18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개최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주로 길거리, 집안, 대문, 일터 등 삶의 터전을 배경으로 촬영한 유형학적 인물사진을 전시 하고있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모습이 공존하는듯한 손은영 작가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진 속 주인공들....

손 작가의 사진 속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과거의 흔적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작가의 따듯한 시선과 감성으로 잘 표현되어 있다.

손은영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11년 개인전 ‘도시벽화’ 전을 전시했으며 2011년 ‘들풀’ 전, 2017년 ‘서울, 오늘을 찍다’ 전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있다.


▲ 손은영 작가    

[손은영 작가노트]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은 그 시대에 대한 기록이며 표상이다. 그 사회를 읽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힘은 인물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초상권 등 예민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물 사진을 찍고자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사진이 처음 등장한 이유는 자신의 모습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인간의 근본적이고 본능적인 욕구, 즉 초상화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 증가 때문이었다. 개인의 가치는 시대가 발전하며 그 중요성이 증가한 가치이다.


그러나 획일적 기계문명의 현대로 오면서 개인은 개별적 고유의 가치보다 사회적 역할의 부속품으로 인식되었다.

사진에서 인간의 얼굴이 무표정하고 사라져가는 현상은 현대 사회 속에 개인의 몰개인성을 인식하게 하는 지표이다.
1929년 독일의 아우구스트 잔더는 “우리 시대의 얼굴”이라는 사진 책을 발간하는데 독일인들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거대한 사회구조 속에 놓여있는 인간상을 파악하는 작업을 했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직립 부동의 형식과 정면성의 파사드 형식을 인물사진에서도 적용하여 유형학적 인물사진을 남겼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은 아우구스트 잔더의 존재 증명으로써의 정면성을 표현하는 직립 부동의 형식을 따랐다.
이 작업은 크게 3부작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마을을 돌면서 그 인물이 사는 집 안과 대문 앞에서, 골목과 거리에서, 논과 밭 그리고 일터를 배경으로 초상사진을 작업했다.


대상이 된 지역민들에게 일일이 작업 의도를 설명하고 동의를 얻었으며, 그들의 표정과 자세, 시선 등에 작가로서 의도적으로 개입했다. 그랬던 이유는 단순한 외형적 복제와 재현만이 아닌 독특한 나만의 시각적 언어로 전달될 수 있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강원도를 비롯하여 제주도, 전라도, 충청도 등의 지방을 돌면서 그곳에서 만나는 지역민들의 초상을 담았다. 한 달 한 차례 이상 거의 매달 돌았으니 열두 계절과 서른여섯 달의 시간이 오롯이 담겨있는 작업이다.


현재의 지방에는 젊은 사람을 포함한 경제 활동 가능한 사람들은 대도시로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떠나있고, 노인층과 비경제 활동 계층과 다른 나라에서 결혼과 취업을 이유로 유입된 외국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향 집을 지키고 있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그 집은 빈집으로 방치되어 세월과 함께 황폐화되어 결국 폐가가 된다. 이런 폐가들이 늘어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 즉 공동화 현상이 일어난다.

사진을 찍다가 일하시던 밭에서 무나 배추도 뽑아주시고, 커피를 밥그릇에 타주시는 따뜻한 인정을 종종 만났다.
수십 년 이상의 과거의 시간을 담은 마을과 집들. 그 흔적들. 그 속에서 함께 나이 들어가며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초상은 나와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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