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KBS '추적 60분'     © 이희선 기자

[뉴스브라이트=이희선 기자] 5년 전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염호석 씨의 '시신 탈취 사건'에서 경찰이 사실상 삼성 측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사실 일부 경찰이 삼성을 위해 일해 왔다는 의혹은 수없이 많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의 동향을 파악해 삼성에 보고했다고 알려진 한 정보 경찰은 그 대가로 6천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삼성 에버랜드 내 노조설립을 추진하던 노조원을 징계 해고할 것을 지시한 이는 경찰로 근무하다가 삼성에 입사해, 삼성그룹 각 계열사 노사 문제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진 당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전무였다. '추적60분'은 약 3개월 간의 취재를 통해 삼성이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이용해 어떻게 80년간 무노조 경영방침을 유지해왔는지 추적했다.


2014년 5월 17일, 강릉시 정동진 인근 공터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염호석 씨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서에는 “더 이상 조합원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기에 자신을 바친다‘라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사측의 노조 탄압으로 인한 괴로움과 경제적 빈곤 등이 그의 자살 사유로 추정됐다. 그런데 다음 날,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기로 했던 그의 장례식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추적60분'이 어렵게 입수한 경찰청 인권조사위 내부 자료에 따르면, 3개 중대, 약 240명에 달하는 대규모 경찰병력이 염 씨의 시신탈취를 목적으로 장례식장에 투입되었다. 그 후, 그의 시신이 밀양의 한 화장장에서 급히 화장되기까지의 과정에도 일선 경찰서 정보경찰들이 투입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지난 14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故 염호석 씨 시신 탈취 사건 이후 5년 만에 밝혀진 진실. 이 사건의 배후에 ’삼성‘이 있었고, 사실상 ’경찰‘이 ’삼성 측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것.
 
故 염호석 씨의 장례를 노동조합장에서 가족장으로 바꾸기 위해 그의 아버지를 회유했다고 알려진 일명 ‘김 사장’. 그는 경찰청 정보국에서 20년 넘게 노정업무만 담당해온 정보경찰로 쌍용자동차와 유성기업을 비롯한 국내 굵직한 노동 파업 현장에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던 인물이었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수집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관련 정보를 정기적으로 삼성에 건네고 약 6천여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김 사장.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용인동부경찰서 전 서장과 전 정보계장 등은 삼성의 수사 의뢰에 따라 2011년 삼성 에버랜드 내 노조 설립을 추진하던 조장희 씨를 자동차관리법 위반이란 혐의로 엮어 사측으로부터 해고되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데 <추적60분>이 입수한 검찰 문건에 따르면, 조장희 씨 징계해고를 지시하고 감독한 최종 책임자는 당시 삼성전자 미래전략실 강경훈 전무. 그는 경찰대 2기 졸업생으로, 경찰로 근무하다가 삼성에 입사해, 삼성그룹 각 계열사 노사 문제를 총괄하던 인물이었다. 결과적으로 전‧현직 경찰들이 삼성의 노조 파괴를 도왔다는 의혹,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최명우 씨는 지난 해 2월, 상사들에 의해 섬에 납치된 후 노조 탈퇴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한다. 2001년 노조설립을 주도하다가 해고된 전 삼성 SDI 직원 김갑수 씨는 사측의 미행에 항의하다가 미행차량이 김 씨를 매달고 출발하는 바람에 목숨을 잃을 뻔 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삼성은 노조가 설립, 운영되는 걸 막기 위해 노조원들을 납치, 협박하는 등 노골적인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말을 남긴 故 이병철 회장. 삼성이 80년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한 것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지키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번 주 17일 방송되는 '추적60분'에서는 대한민국 초일류 기업이라 불리는 삼성에서 자행해 왔다는 노조파괴 전략의 참혹한 실태와 그 과정에서 국가 공권력인 경찰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집중 추적한다.
 
이희선 기자 aha0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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